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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태아 질환

태아가 구순구개열 진단을 받았을 때

이번 글에서는 내 아이가 구순구개열을 진단 받았을 때의 감정과 대처방법에 대해 편하게 말씀드려볼까해요.

태아가 구순구개열 진단을 받았을 때

1. 진단 직후의 충격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입체초음파를 보러가서 구순구개열 진단을 처음 듣는 순간, 부모는 말그대로 넋이 나가죠.
구순열은 입술의 갈라짐, 구개열은 입천장의 갈라짐을 이야기하는데요. 의사가 아무리 설명해줘도 부모의 귀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의사는 곧 “수술로 충분히 회복이 가능합니다”, “비교적 흔한 선천성 구조 차이입니다”라고 설명해주지만 ‘왜 하필 우리 아이일까’라는 복잡한 감정만 들죠.
이때 필요한 건 치료방법, 정답이 아니라 공감입니다. 누가 어떤 말을 해주든, 부모의 마음은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스스로 정리됩니다. 하지만 처음 그 순간만큼은, 아무도 그 자리에 대신 있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 제 아이가 구순열을 진단받았을 때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대문자 T였던 와이프가 침대에 누운채로 지긋이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구요. 


2. 원인 찾기

 많은 부모들이 처음 듣는 진단 앞에서 똑같은 마음을 느낍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임신 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하고 자책의 질문이 꼬리를 물죠.
하지만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구순구개열은 부모의 탓도,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차이일 뿐이며, 그것은 수많은 생명 가운데 일부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설명만으로 마음이 편해지진 않겠죠. 감정은 논리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 남들에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부끄러움까지도, 모두 당연한 반응입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억지로 괜찮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감정은 오히려 아이를 향한 당신의 깊은 애정이라는 반증이니까요.
처음엔 누구나 무너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됩니다.

저도 별별 원인들을 자꾸 찾았던거 같아요..내가 컨디션이 안좋았을 때 성관계를 해서 그런걸까? A형 독감에 걸렸어서 그런걸까? 등 등 범인을 악착같이 잡으려는 형사마냥 원인을 진득하게 쫒았네요.

구순구개열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인을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찾지말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찾으세요. 부모라면 자연스러운 감정이거든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억지로 괜찮은 척은 하지마세요. 조금은 자책도 해보고 원인도 찾아보고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무뎌질거에요.


3. 정보 찾기

진단 이후, 전문가들은 여러 정보를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수술 시기, 치료 방법, 회복 과정까지 모두 준비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의료진이 사용하는 용어 하나하나가 낯설고, 마치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립니다.
‘구강악안면외과’, ‘수술 경과’, ‘수유 방법’ 같은 단어들이 줄지어 나오면, 오히려 불안은 더 커지곤 합니다.
그래도 찾아보셔야 합니다.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속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길이 보입니다.

저도 네이버 카페에 '수선화블리' 라는 구개구순열 카페를 통해 많이 의지했습니다.

치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교수님들이 협진하여 우리 아이의 예쁜 구순구개를 위해 노력해주고 계세요.


4. 수술보다 먼저 해야 할 것

어떤 글을 검색하고 어떤 대학병원의 진료를 받으러가도 다행히 “요즘은 다 고칠 수 있대요.”라는 말을 해주십니다.
맞습니다. 구순구개열은 의학적으로 잘 교정되는 선천성 질환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치료 이상의 고민과 책임이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처음부터 너무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정보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감정, 당연한 거야.”
“내가 힘든 게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게 아니야.”
“나는 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아줄 수 있어.”
마음을 다독이는 그 순간부터, 아이와의 회복 여정은 시작됩니다.
수술, 재활, 치료계획은 그 다음입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당신 자신이 괜찮아지는 시간입니다.
아이를 품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그 온기가 아이의 미래를 지탱할 힘이 되어줄 거예요.


5. 마무리 요약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충분히 힘들어하고 아파하셔도 됩니다. 

저도 제 아이가 진단받고 일주일 정도는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울었어요ㅋㅋ

그리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마세요. 의학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잘못한게 없습니다.

사과는 잘못했을 때 하는 거에요. 명심하세요.

다음글에서는 구순구개열의 종류와 수술방법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