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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태아 질환

소변이 하루 종일 안 나오는 아기(1편: 원인과 진단)

1. 아기가 소변을 보지 않아요, 얼마나 심각한 걸까요?

신생아는 보통 태어난 지 24시간 이내에 처음 소변을 봅니다. 이것은 단순한 배출 행위가 아니라 신장, 방광, 요도 등 비뇨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따라서 아기가 하루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다면 단순히 ‘물을 적게 마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보다는, 정상 발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신생아는 태어난 이후 12일째에는 하루 12회 정도 소변을 보고, 생후 3일째부터는 점차 횟수가 늘어나 생후 일주일 무렵에는 하루 6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기준보다 현저히 적거나, 12시간~24시간 이상 전혀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또한, 부모가 놓치기 쉬운 부분 중 하나는 기저귀 흡수력 때문입니다. 기저귀가 아주 조금 젖었을 경우에도 충분히 소변을 본 것으로 착각할 수 있어, 하루 동안 기저귀 젖은 개수와 젖은 정도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소변이 하루 종일 안 나오는 아기(1편: 원인과 진단)


2. 단순한 탈수? 아니면 더 심각한 신호일 수도

하루 종일 소변이 전혀 없거나 소량만 나오는 경우, 간혹 단순한 탈수로 판단하고 수유만 늘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수분 섭취 부족이 일시적인 배뇨 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이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수분 부족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아기가 평소보다 심하게 처져 있고 축 늘어진 상태일 때
  • 울면서 배에 힘을 주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 배가 팽창되어 있고, 눌렀을 때 딱딱하거나 만졌을 때 불편해하는 반응이 있는 경우
  • 체온이 상승하거나, 반대로 손발이 차가운 등 자율신경계 이상 반응이 보일 때
  • 식욕이 급격히 감소하고 수유량이 줄었으며, 구토 증상까지 동반될 때

이러한 신호는 비뇨기계 폐쇄, 신장 기능 이상, 요로 감염 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단순 탈수와는 차원이 다른 질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3. 후부요도판막과 선천성 요로 기형, 절대 간과해선 안 돼요

신생아 배뇨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비뇨기 구조의 선천적인 이상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

후부요도판막(Posterior Urethral Valve, PUV)입니다.

PUV는 남아에서만 발생하며, 태아기부터 요도 내 막 구조물이 요 배출을 막아 방광과 신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입니다. 대부분 태아 초음파에서 양수량이 적거나 방광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출생 후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기형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원인일 수 있습니다:

  • 신장 무형성 또는 형성 저하: 신장이 하나도 없거나 발달이 미비한 상태로, 소변 생성 자체가 어려움
  • 요관 폐쇄: 방광과 신장을 잇는 통로가 막혀서 소변이 흐르지 않음
  • 방광요관역류: 소변이 방광에서 요관을 따라 역류해 신장으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장기 손상을 유발

이러한 경우는 증상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복부 팽만이나 배뇨 시 불편한 표정, 반복적인 고열, 소변이 붉거나 냄새가 심한 경우에는 즉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4. 배뇨 자체를 방해하는 내과적 질환도 존재해요

신생아가 소변을 보지 않는 원인은 기형뿐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신장 자체의 기능 이상, 내분비 질환, 혹은 감염성 질환도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급성 신부전: 출생 직후 저산소증, 감염 등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으며, 소변량이 줄거나 아예 나오지 않을 수 있음
  • 감염성 질환: 요로감염, 패혈증 등은 아기의 전신 상태에 영향을 미쳐 소변이 감소함
  • 부신기능저하증: 내분비계 문제로 체내 염분, 수분 조절이 되지 않아 소변이 줄어듦
  • 선천성 심장질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소변 배출이 어려워짐

이처럼 단순히 소변만 안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 전신 질환의 일부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아기의 전반적인 컨디션, 피부색, 체온, 식욕, 울음의 강도 등도 함께 체크해야 합니다.


5.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까?

소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신장과에서는 아래와 같은 검사를 통해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 소변 검사 (요검사): 단백질, 백혈구, 농도, 색 등을 확인하여 탈수 여부, 감염 유무 판단
  • 혈액 검사: 전해질 수치, BUN/크레아티닌 등 신장 기능 평가
  • 복부 초음파: 신장과 방광의 크기와 상태 확인
  • 요로조영술 (VCUG): 소변의 흐름을 추적해 역류 여부 확인
  • 핵의학 검사 (DMSA scan): 신장의 기능 분포 파악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 수액 요법, 도뇨관 삽입,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검사 전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대응해야 합니다.


6.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위로의 글

우리 아기가 하루 종일 소변을 보지 않는 모습은 부모로서 얼마나 걱정스럽고 두려운 순간일지, 누구보다 공감합니다. 하지만 너무 자책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아이의 몸은 스스로의 언어로 '도와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훨씬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냉정하고도 따뜻한 관찰력은 어떤 치료보다 강한 힘이 됩니다.

두려움보다는 정보와 조기 대응이 아이를 살리는 열쇠입니다. 함께 정확한 지식을 갖고 아기를 지켜내 봅시다.

2편에서는 원인별 대처법과 생활 속 실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https://ddoong-info.tistory.com/51 <ㅡㅡ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