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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태아 질환

눈을 잘 못 맞추는 아기, 자폐 전조일까?(1편)

눈을 잘 못 맞추는 아기, 자폐 전조일까?(1편)

1. 아기가 눈을 잘 못 맞추는 모습, 자연스러운 걸까?

아기의 시선은 부모가 가장 먼저 관찰하게 되는 소통의 시작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큰 감동을 느끼곤 하죠. 반면, 생후 몇 개월이 지나도록 눈을 잘 맞추지 않거나, 마치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 부모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혹시 자폐인가요?”라는 질문은 소아과 진료실에서도 흔히 들리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기의 시각 발달 속도입니다. 신생아의 시력은 성인에 비해 매우 낮고, 약 2030cm 정도 가까운 거리의 얼굴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6주부터 시각적 주의력이 조금씩 발달하면서 부모의 얼굴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생후 23개월경에는 얼굴을 인식하고 미소에 반응하기도 하죠. 이 시기의 눈 맞춤은 매우 짧고, 간헐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3개월 이전까지는 눈을 잘 맞추지 않더라도 발달 지연을 단정짓기에는 이릅니다.

또한 아기의 기분, 피로도, 배고픔 등도 눈 맞춤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기가 졸리거나 배가 고프면 시선이 흩어지거나 외부 자극에 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눈 맞춤만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2. 눈 맞춤 부족이 계속된다면? 자폐 스펙트럼과의 연관성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행동 패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발달 장애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 맞춤 부족’은 자폐의 초기 징후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며, 부모들이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은 매우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해 내려집니다. 단순히 눈을 잘 안 맞춘다고 해서 자폐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자폐 전조로 볼 수 있는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부모의 미소에 반응하지 않음
  • 9개월이 넘어도 사람보다 사물에 집착하거나
  • 반복적이고 고정된 행동을 자주 보임
  • 이름을 불러도 거의 반응이 없고
  • 말이 늦게 트이거나, 옹알이가 적음

특히 눈 맞춤이 부족하면서 동시에 위와 같은 행동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자폐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전문가의 관찰과 발달 평가를 통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눈을 잘 맞추지 않는 아이 중에서도 소리에 반응이 빠르고, 부모의 말에 따라 웃거나 몸짓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이 있다면 자폐와는 다른 성향일 수 있습니다.


3. 아이의 기질과 성향, 오해하지 마세요

많은 부모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아기마다 기질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아기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이지만, 어떤 아기는 조심스럽고 내향적입니다. 특히 낯을 많이 가리는 아기나 감각에 민감한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눈 맞춤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아기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나 환경에서는 시선을 외면하거나 어른의 얼굴을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기질적 특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도 하며, 애착 형성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반응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단지 눈을 피한다는 이유만으로 걱정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눈을 맞추는지, 언제 반응을 보이는지를 폭넓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심리 발달 전문가들은, “아기가 특정 순간에만 눈을 맞추거나,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기질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특히 밤에 졸린 상태거나, 낯선 장소에 있을 때 눈을 피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어 반응일 수 있습니다.


4. 이런 신호가 함께 보인다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요

그렇다면 언제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발달 클리닉이나 소아정신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9개월 이후에도 눈 맞춤, 이름 반응, 미소 반응이 거의 없음
  • 혼잣말, 혼자 노는 것에만 몰두하고 또래와의 관심이 없음
  • 특정 장난감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반복해서 사용함
  • 손을 펴거나 흔들며 이상한 동작을 반복함
  • 시선을 마주치더라도 짧고 무표정한 경우가 지속적

이러한 행동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반복된다면 부모가 먼저 감지할 수 있으며,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을 돕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조기 진단과 함께 언어치료, 감각 통합 치료, 놀이 치료 등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5. 부모님께 드리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

아이가 눈을 잘 맞추지 않을 때, 부모는 밤잠을 설치며 ‘혹시 내가 뭔가 놓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기는 각자의 속도대로 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아이가 현재 어떤 단계를 밟고 있는지 함께 걸어주는 일입니다.

설령 발달에 지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기 개입과 부모의 지지가 있다면 아이는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그 자체가 가장 큰 사랑이며 치료입니다.

눈 맞춤이 짧아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웃는 순간, 당신과 손을 잡고 있는 순간, 서로의 숨결이 오가는 모든 시간이 이미 훌륭한 ‘교감’입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당신의 사랑은 이미 충분합니다.